연어입니다. 작년 여름, 스팀잇 오사카 지부 매니저분의 초대로 얼떨결에 친목 모임에 참가했던 것이 저에겐 참으로 재미있는 기억이었습니다. 일본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저로서는 다행히 모임에 나오신 분들이 대부분 영어를 할 줄 알거나 영어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만, 그나마 돈들여 배워봤던게 중국어인지라 처음엔 일본어 단어나 문장은 커녕 자꾸 중국어만 떠올라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옆에서 하는 일본어를 차분히 듣고 있다보니 저도 모르게 머리 속에 담아왔던 일본어들이 한 두 마디씩 터져나오더군요.
재미있게도 (한국어에 없는) 중국 발음과 일본 발음중에는 비슷한 것들이 종종 있는데, 일본인 입장에서 한국인들이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는 발음들을 중국어를 배운 덕분에 곧잘 흉내냈더니 제게 일본어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둥 웅성웅성거리더니만 갑자기 제게 ‘간사이벤(관서지방 말)’ 교육을 시작하시더군요. 이거참.. 가뜩이나 일본어도 잘 못하는데.. 마치 일본 사람에게 부산말을 가르쳐주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에도 간사이벤이란 것에 대해 알고는 있었는데 오사카 스팀잇 이웃들로부터 반강압(?)으로 배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지요. 어떤 분위기였는지 감이 오시죠? 부산에 처음 발디딘 로버트 할리씨한테 ‘미쳤네예~, 그랬다 아님니꺼~’ 뭐 이런 부산말을 가르쳐 주는거랑 비슷했습니다.
그때는 일본어로 해주는 설명을 다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이런저런 표현을 한꺼번에 듣다보니 많이 헷갈렸는데, 한국에 돌아와 유투브를 통해 그분들이 알려준 간사이벤 표현들을 꽤 많이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일본도 교토나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과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은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라이벌 지역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과 교징의 경기만 봐도 얼마나 불타오르던가요? 그냥 저혼자 느낀 기분일수도 있겠지만 오사카분들이 제게 간사이벤을 가르쳐줄 때 이런 기류가 흘렀지요..
“연어님, 이렇게 우리가 이렇게나 재미있게 가르쳐주고 있는데 나중에 간토벤(관동지역 말) 하고 그러면 배신이에요~”
짧은 1박 2일 코스였지만, 오사카 분들과의 번개 밋업이 워낙 인상깊고 재미있었던지라 나중에 오사카 모임에 다시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일본어로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본어 공부를 하기엔 짬이 안난다는 변명만 하다가 얼마전부터 공부를 시작해 봤는데.. 모든 공부가 다 그렇겠지만 역시 외국어를 배울 때는 최소한 다음 둘 중 하나는 꼭 지켜야 하는 것 같네요. (물론 외국어를 ‘공부’로 익히는 것만은 아니지만 말이죠.)
(1) (짧은 기간이라도) 완전 미치고 몰입해야 한다 (2) 쉬지 않고 꾸준히 익혀야 한다.
(2)번 사항은 익히 많이 들어온 얘기입니다. 헌데 (1)도 무시 못할 부분이죠. 한 번은 한국어를 정말 잘하는 외국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어를 어느정도 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가 막상 한국에서 공부하며 교수님한테 일명 ‘꾸사리’를 먹고 그 충격으로 눈물이 날만큼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시간이 있었다고 얘기해 주더군요. 그렇게 레벨업 된 실력에다가 한국에서 생활하며 꾸준히 한국어를 익혀나가다 보니 원어민 수준으로 말 할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건 바로 ‘집중’ 부분이 아닌 ‘꾸준함’에 대한 부분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쉼없이 꾸준하게’ 하지를 못합니다. 한시적으로 인내심을 갖는거야 자신있는데, 오랜 기간 무언가를 하라고 하면 영 자신이 없네요. 이건 선천적인 부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고민끝에 내린 처방은 두 가지 방법이었습니다.
(1) 강도를 낮추되 ‘습관화’시키자. (2) 쉬어가면서 꾸준히 하자.
(1)의 경우에 신경쓰는 부분은 일명 ‘습관을 들이면 좋은’ 것들입니다. 식후 양치라던가, 집에 들어오면 손부터 씻는 경우처럼 위생, 건강 등과 관련되면 특히 효과가 좋지요. 공부와 관련해서도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핵심은…
“당신의 의지는 당신의 습관을 이길 수 없다”
입니다. 저는 이게 진리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강한 의지라 하더라도 결국 습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면 좋은 건강 습관을, 기복 없는 좋은 성적을 원한다면 좋은 건강 습관을 들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2)의 경우는 늘상 저의 변명이기도 하지만 관심 분야를 그래도 장기적 꾸준히 쥐고 갈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또는 매번 지켜나가는 것이 어렵다면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허용범위를 주는 것이죠. 잠시 손을 놓지만 이윽고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내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만 잊지 않는다면 돌아오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다만 너무 쉬어버리면 아예 관심이 멀어지거나 어렵사리 익혀둔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크게 유념해야 할 부분이죠.
제가 2016년 스팀잇 가입 이후로 2017, 2018, 그리고 이제 2019년에 이르기까지 스팀잇을 대해 온 방법이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신바람 나지 않을 땐 그냥 좀 쉬어도 돼.. 어차피 그 누구도 스팀잇 활동을 강요하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내가 좋아서, 내가 원해서 왔기에 그 관심만 지켜낼 수 있으면 됩니다.
오랜만에 다시 포스팅을 시작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 오랜기간 쉼없이 그 자리를 지켜오신 분들이 보이더군요. 정말 감탄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약하지만 이분들에게야 말로 풀봇 보팅 1순위!!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 자리를 지켜오는 자세 하나만으로도 정말 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팀잇에 공로상이 있다면 이런 분들이 가장 먼저 받아야겠지요. 이 분들이 지켜내고 있는 자리가 비록 저처럼 들락날락 하는 사람일지라도 따뜻한 집밥을 먹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가끔 ‘터줏대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아마도 더 적절한 표현은 항시 따뜻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해주는 ‘우리 엄마’가 아닐까 합니다. 이 글을 빌어 변함없이 스팀잇을 지켜온 이 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2019.03.19]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